“안녕하세요 여러분. ‘미드나잇’의 마지막 밤을 맞이하게 되어 기쁩니다. 1년도 채 되지 않아 44명의 소녀들로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모인 그들은 각자의 이야기와 포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오늘 밤, 여러분과 세 명의 심사위원이 다음 K팝 걸그룹의 멤버를 결정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13명만 남았고, 아쉽게도 두 명은 마지막 밤 탈락하게 됩니다.”
가슴이 터질 듯 쿵쾅거렸습니다. 뜨거운 공기가 방 안을 휘감아 숨쉬기가 힘들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이 목을 조르는 것 같았습니다. 오랫동안 눈이 마주칠 때마다 심사위원과 참가자들의 마음은 점점 어두워졌습니다. 우리는 서로 눈빛을 교환했습니다. 하지만 그 눈빛은 심사위원들을 향한 우리의 감정과는 달랐습니다. 질투, 두려움, 혐오, 연민…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차가움과 따뜻함을 번갈아 느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천장을, 어떤 사람들은 바닥을 바라보았지만, 나는 심사위원들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진행자와 심사위원들이 주고받는 말과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잠시 후 어색한 침묵이 걷히고 진행자가 다시 우리에게 다가왔다. 무대 옆 계단을 내려오며 내는 거친 숨소리와 발뒤꿈치 소리가 가슴 깊이 울려 퍼졌다.
겨우 몇 걸음이었지만, 그 짧은 시간이 마치 몇 년처럼 느껴졌다. 솔직히 말해서, 몇몇 심사위원들은 몇 년을 기다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카메라와 조명은 익숙했다. 이 무대에 서거나 관객 앞에 선 적은 없었지만, 이곳에 온 적은 있었다.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했다.
드디어 진행자가 계단을 올라 우리 13명 앞에 섰다. 우리 모두는 간절히 선택받고 싶었지만, 동시에 탈락할까 봐 두려웠다. 진행자는 심호흡을 하고 손에 든 카드를 정리했다. 멀리서 그를 볼 수는 없었지만, 그의 긴장감은 생생하게 느껴졌다.
경연 시작부터 우리는 그를 아버지처럼 대해왔다. 그의 다정한 눈빛, 밝은 성격,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말투와 옷차림… 하지만 탈락의 위기가 다가오자 그는 점점 커지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미드나잇' 멤버가 될 11번째 후보는…"
그가 극적인 침묵을 유지하는 동안, 방은 완전히 고요해졌다. 관객들의 환호도 멈추고 숨을 죽였다. 우리 모두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 가장 먼저 지나간 사람은 거절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났다. 옆을 보니 손을 잡고 속삭이며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소녀들이 보였다. 그들에게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부러웠다. 여기서는 단 한 명의 친구도 사귀지 못했다. 나는 바빴다.
"한 명 더."
진행자의 말에 현실이 흔들렸다. 뜨거운 환호 속에서 유리처럼 연약한 소녀가 무대 위로 걸어 나와 껴안고 놀림을 받는 모습이 보였다. 부러움과 연민이 교차했다.
처음에는 그녀가 불편해 보였다. 손을 잡고 있는 소녀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지도 않았다. 차분하고 내성적인 그녀는 멋져 보였지만, 나는 묘한 거리감을 느꼈다. 설명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축하 행사가 한창일 때, 사회자가 곧 남은 아홉 명의 이름을 불렀다. 순식간에 아홉 자리가 채워지고 한 자리만 남았다. 친구로 추정되는 두 소녀는 마지막 생존 기회를 놓고 마주 보았다. 긴장감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내 이름이 불리지 않으면...'
나는 스물다섯 살이었고, 아이돌로서는 나이가 많다는 말을 들었다. 요즘 유행하는 아이 같은 얼굴을 선호하는 추세에 내 나이는 불리했다. 나를 응원하는 사람들은 동정 어린 '팬'들뿐이었다. 여섯 번째 도전. 실패하면 이 길은 끝나는 것이었다.
"'미드나잇'의 마지막 생존자는 누구였을까..."
침묵. '내 이름은...'
그리고 그때 그 목소리가 들렸다.
"비비안 케이토."
그 목소리가 천천히 귓가에 스며드는 순간, 형언할 수 없는 기쁨에 몸이 떨렸다. 따뜻한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려 입술을 적셨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해방감의 눈물이었다. 매일 가슴을 짓누르던 무거운 돌덩이가 사라졌다.
결국 나는 완전히 틀렸고, 그 사실이 기뻤다.
아무도 축하해주러 오지 않았지만, 그 순간 나는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가장 소중한 포옹보다 더 따뜻했다.
곧 모든 카메라가 꺼지고 조명이 꺼졌다. 무대 스태프들이 청소를 시작했다. 우리는 서로를 둘러보았다. 어떤 이들은 친구였고, 어떤 이들은 제대로 인사도 나누지 않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이제 무의미했다. 우리는 공식적으로 '미드나잇'이 되었다.
매니지먼트 팀은 우리의 포지션, 그룹, 멤버에 대한 기본 정보를 알려주고, 봄 데뷔 무대를 위해 바로 연습에 들어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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