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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타린

모리타린 4

모리타린 4

Feb 10, 2026

♢ ♢ ♢ ♢ ♢


저녁 식사가 끝날 무렵, 조금씩 하늘과 땅이 어두워지고, 어둑해진 동네를 밝혀 주는 가로등에 불이 켜졌다. 
아이들이 한 명 두 명 다비의 집을 향해 이동 중이다. 

-----
이곳은 다비의 방이다.
처음부터 다비를 위해 마련된 방은 아니었다. 
원래는 다비의 아버지가 사용하시려 했던 곳이지만, 
층수가 높고 이동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아버지께서는 집 옆의 작은 창고를 쓰기로 결정하셨다.
그런 이유로 잘 정리된 방 하나가 비어 있게 되자, 다비가 이곳을 자신의 방으로 정하여 사용하게 되었다. 
방 안에는 아버지의 손때가 묻은 책상과 책장, TV와 선반, 묵직한 장롱, 그리고 바닥에 깔린 카펫 외에는 
특별한 것 없이 그저 넓기만 한 공간이 펼쳐져 있다.

시간이 되자 아이들이 약속장소로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다. 
현제 다비는 몹시 진지하고, 로기는 내심 불안하다. 요나는 혼자 무언가를 열심히 읽고 있다.

[각자의 이야기가 무사히 완료될때 이야기의 주인은 이트에게 이야기 보너스 코인을 획득한다. 
이 코인의 개수에 따라 각자의 이야기에 벨런스를 붕괴하지 않을 정도의 '한줄 작성권'을 획득하게 된다.
이번 다비의 이야기 같은 경우에는 일반적인 모험 장르와 달리 경기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승패에 따라 
코인 획득 방식이 다르다. 
승리하면 상대방의 일정 코인을 빼앗고, 패배하면 자신의 일정 코인을 잃는 것이 규칙이다. 
그래서 지금 다비는 상당히 괴로운 상황에 놓여 있다. ]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며 파이와 레오를 기다리고 있는데, 지금 막 레오가 도착했다.
친구들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한다.

"파이는 볼일이 있어서 조금 늦게 온대. 우리끼리 먼저 진행하라고 했어." 
그 즉시 다비 방에서 친구들이 재판을 시작하려 한다. 먼저 요나가 외쳤다.

요나: "자! 그러면 지금부터~ 제1회 도리토리 재판을 시작합니다~"
요나: "음...그런데... 메뉴얼을 살펴보니 먼저 이트를 불러 와야 할 것 같은데?"
레오: "그러면 이트를 부를까?"
요나: "그러려면 파이가 와야 해."
엘리: "기다리자. 그냥 모두 모이면 해."

아이들은 파이가 오기를 기다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파이가 도착한다. 
한손에 어떤 말려있는 종이 뭉치를 들고왔다.

다비: "다 모였네? 그러면?"
레오: "이트를 부르자~"
[아이들은 방 안에서 이트를 부르기로 결정하고 도토리를 외쳤다.]

"도리토리 토리스!"

이트가 나타났다. 그리고 자초지정을 모두 듣고나서 제1회 도리토리 재판을 허용한다.
잠시후...
방안이 어두워지더니 작은 재판장이 열린다. 
아이들은 신기해한다 다들 처음 보는 재판장이었다. 
재판관 자리에 요나와 이트가 앉아 있다 
이 와중에 왜? 자신이 재판관 자리에 앉아있는지 궁굼해하는 요나.
요나: "이트~ 왜 내가 재판관 석에 앉아 있는거야? "
이트: "네가 제안했자나~"
요나: "내가 재판관 한다고 하진 않았는데?"
이트: "이 이야기의 세계관이... 아니다. 나중에 알려줄게~"

귀찮은 듯 이트는 재판의 시작을 외친다 
"자, 그러면 재판을 시작합니다."
이트를 보고선 기억이 돌아온 로기가 파이에게 물었다 
"아, 맞다! 저 애는 누구지?" 
옆에 앉아있던 파이가 답한다.
"이트라고 해~ 우리 친구야" 라며 상냥히 대답해주었다. 
두 사람의 오가는 대화를 듣고 있던 레오가 한마디를 더했다.

레오: "이야기 놀이 관리자야~"
로기: "엥?... 얼굴이 왜 저래?"
파이: "붉은 닭이라서 그래..." [스스로가 자신의 대답에 매우 자신 없는 말투와 표정이다.]
로기: "닭이야! 사람이야? 뭐지?"
레오: "이트는..." [뭔가 한마디 거들고 싶은데 떠오르는 말이 없어 보인다.]
에티: "그냥 이트야~"

그때 이트가 외쳤다. 
"모두 조용히! 재판 중입니다~ 제판관님[요나], 사건을 설명해줘요~"

"네, 재판장님[이트]."
요나가 간략히 사건의 전말을 설명해주고 있다. 다비는 몹시 억울해하는 표정이다. 
레오와 엘리는 딱히 결과에 큰 관심이 없어 보이는 얼굴이고, 로기는 자신으로 인해 친구들에게 피해를 준 것 같아 
마음이 편치 못하다.
파이는 뭔가 침착해 보이면서도 몹시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트는 다비에게 말할 기회를 먼저 주었다.

다비: "애들아, 나는 억울해! 
다비: "확실히 우리 다비 팀은 레오 팀을 상대로 이길 수 있었는데~ 지금의 문제가 발생한거야!"
다비: "물론 로기를 탓하는 건 아니야ㅡ 로기는 이번이 처음이잖아~" 
다비: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뭐냐하면! 

[다비의 말을 듣고 있던 레오는 황당한 표정이다. 불만이 가득해 보인다.]
레오: "아니야 엘리의 계획으로 마지막에 레오팀이 승리의 기회를 잡았었어!"
레오: "거짓말 하면 안돼 솔직하게 말해!"
엘리: "애들아 이러지말고, 차라리 문제가 발생하기 전 상황부터 다시 진행하는 건 어떨까?"
에티: "그래! 그러면 되겠다."

이때 이트는 근엄한 태도로 단호하게 말한다.
이트: "안됩니다! 재경기는 없습니다."
에티: "앗! 다시하면 좋을 텐데..."
이트: "이번 이야기는 완결되었어요. 필요시에는 새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은 모두 시무룩해졌다. 이렇다 할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이는 달랐다. 조용히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손을 들어 친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천천히 준비해온 것을 말하기 시작했다. 
"여러분, 제 손에 있는 이것은 바로 어제, 다비가 로기에게 전해준 우주 용사 이야기의 정리본입니다." 
파이는 말하는 동시에 종이 문서를 펼쳐 레오에게 보여주었다.
레오는 종이 문서를 살펴보다 놀라며 소리쳤다. 
"에? 이건.....!" 
레오는 다비를 바라보았다. 다비가 묻는다. 
"왜 그래? 무슨 문제라도? 잘~ 전해줬잖아?" 
레오는 아무 말 없이 파이로부터 건네받은 종이 문서를 요나와 이트에게 건네준다. 
문서를 건네받은 요나와 이트는 살짝 놀라는 기색을 보인 후, 들떠있는 재판 분위기를 진정시켰다. 
이트가 요나를 바라보고, 요나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트가 말을 시작했다.

"여러분, 이 이야기 놀이의 결과는 처음과 같이, 레오 팀의 승리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레오와 엘리는 양팔을 하늘로 뻗고 환호하며 즐거워했다. 다비는 이유가 뭐냐며 항의 중이다. 
이때 요나가 파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건 파이가 설명해줘. 그래야 이해하기 쉽거든."
파이가 웃으며 답한다. 
"그래, 내가 말해줄게~ 애들아! 다비 저 멍충이가 로기에게 건네 준 이야기 정리본은~ 
우주 용사가 아니라, 최근 요나가 작성 중인 '마법의 아이'가 기록된 문서였어!" 
그 말에 놀란 친구들이 다비를 바라본다. 
얼어붙은 다비.... 다비는 순간 고장난 기계처럼 멈춰버렸다. 그리고 파이가 계속 말을 이어간다.
"나는 분명 '항상 덜렁대는 다비'가 이번에도 뭔가 실수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했어. 그래서 이곳으로 오기 전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로기 집으로 갔지! 그리고 이 증거를 확보하고 오느라 늦게 된 거야~"
다비는 절규 중이다. 이 와중에, 뭔가 급하게 하고 싶던 말이 생각난 로기가 요나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맞다, 요나야. '마법의 아이' 재밌더라~ 후속편 언제 쓸 거야?" 로기의 말에 요나가 흠칫 놀라서 답한다.

요나: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걸 벌써 다 읽었어?"
로기: "어~ 너무 재밌었어"
로기: "뒷 이야기 도 보고싶어"
요나: "그래?... 재밌다니 고맙네~ 후속편은 빨리 써볼게~ 
(잠시 무언가 생각하더니 의미심장하게)
요나: "...아!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로기야 너도 이야기 만들어야 해~"
로기: (당황하며)"이야기?.... 나 그런 거 못하는데."
요나: "나랑 같이하면 돼~"
레오: "요나는 글을 잘 써. 책도 엄청 많이 읽지~"
로기: "나 진짜 못하는데..."
레오: "나도 못해~ 내가 더 못할걸? 그래도 요나가 다 해줬어~"
요나: "헤헤~ 나도 선생님한테 배워서 하는 거야~"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하기위해 파이가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이제 다음 이야기는 내 차례야! 이트, 준비해줘~ 부탁해~" 
이트는 알겠다며 손을 흔든다. 로기는 이트가 궁금하다!~ 해서 그에게 다가가려는데, 또 뒤에서 친구들이 외친다. 
"왕의 이름으로!" 
로기는 친구들에게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하고 싶었다. 
"아! 잠깐만." 
그러나 재판장은 사라지고 다시 다비의 방으로 돌아왔다. 
로기는 이트에게 말 한마디 걸어보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쉽다. 서운해 하는 로기 곁으로 파이가 다가온다.

파이: "로기야, 다음 이야기는 내 거야! 이번엔 너도 재밌었으면 좋겠다~"
로기: "아? 그래.. 이야기 내용이 뭐지?"
파이: "그냥 다 같이 대자연 속을 탐험하는 내용이야~"

로기는 이 설명할 수 없는 모든 상황 속에서 여러가지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다. 
하지만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엄청난 크기와 무게로 다가왔고, 
머릿속에는 온통 이야기 만들기만 가득차기 시작했다.




♢ ♢ ♢ ♢ ♢

다음 날 로기는 '이야기 만들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요나와 함께 공부방으로 향한다~ 
선생님은 요나와 로기를 반갑게 맞이해주신다. 
공부방은 언제나 아이들이 오고 가는 것이 자유롭고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당연한~ 아이들의 공간이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마실 것과 간식을 내어주시곤 함께 자리하신다.
로기는 최근에 있었던 모든 신비로운 일과 함께, 지금 당장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러던 로기는 순간, 선생님께서 자신의 말을 믿지 못하실까 두렵다. ..눈치를 살핀다. 
"선생님 진짜예요! 거짓말 아니에요~" 
선생님은 조금도 놀라거나 의심하지 않으신다. 오히려 현상황을 로기보다 더 자세히 알고 계시는 눈치시다.
"맞아, 거짓말 아니야~ 그리고 지금은 이야기를 구성하는게 가장 큰 문제지! 선생님이 도와줄게~"
로기는 놀라웠다! 선생님은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다는 걸 느꼈다. 하지만 뭘 물어봐야 할지 몰랐다. 
요나가 공책과 연필을 꺼낸다 공책을 펼치더니 바로 적을 준비를 마치고 로기를 바라본다.

요나: "로기, 너는 뭘 좋아해? 좋아하는 것부터 말해봐."
로기: "내가 좋아하는 거! ..."[턱 밑에 양손을 모으고 고민에 빠진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서로 좋아하는 것을 진지하게 나누는 모습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신다.
요나가 열심히 로기와의 대화 내용을 기록하던 중이었다. 
요나의 왼쪽 팔에 끼워놓은 장갑 같은 것이 툭, 하고 밑으로 빠져버린다. 
로기는 깜짝 놀랐다. 장갑이 빠져나간 요나의 왼쪽 팔은, 팔꿈치 밑으로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요나: "아! 선생님, 이게 또 빠져 버렸어요~"
선생님: "응~ 잠시만 기다리렴~"

선생님은 태연희 요나의 팔의 상태를 살펴보신다. 
혹시 쓸린 자리나 피부에 문제가 있는지를 확인한다.  
그리고 의수의 내부와 요나의 팔에 땀을 닦아주시고 의수를 다시 착용시켜 주신다. 
로기가 몹시 놀란 눈빛이다. 이에 선생님께서 상냥한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요나는 태어날 때부터 왼쪽 팔과 오른쪽 발이 없었어~ 그래서 이렇게 의수랑 의족을 착용하고 있단다."
로기의 눈에는 선생님의 애잔함이 담긴 미소가 느껴졌다. 로기는 슬픈 얼굴로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요나가 말했다. 그리고 곧바로 다시금 펜을 집어든다. 
선생님은 요나의 이마와 볼에 여러 번 입을 맞추신다. 
이후로 다시 다양한 대화가 오가지만 로기가 딱히 이야기의 주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때 선생님께서 둘의 대화에 질문을 하나 건네신다.

선생님: "로기야, 최근에 우리 로기가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한 게 뭐지?"
로기: "음..." (눈을 감고 고민한다)
요나: "이야기 놀이"
로기: "이야기 놀이도 좋았지만... 그보다."
요나: "다른거?"
로기: "아! 그래."
요나: "아하! 다비 사건?" [이야기 정리본 오 전달 사건]
로기: "아니~ '마법의 아이'가 제일 재밌었어."
요나: "읔..."

선생님은 요나가 쓴 '마법의 아이'를 알고 있었다.
"오호라! 우리 요나가 만든 이야기가 로기에게 엄청 재밌었구나?"
요나는 얼굴이 살짝 빨개진다. "하하...하아~.." 
부끄러워하는 요나를 로기가 빤히 바라본다~
"네, 너무 재밌고요. 제가 그 이야기 안에서 실제로 뭔가 만져보고 돌아다녀도 보고를 하고 싶었어요."
요나는 아직도 부끄러워하고 있고, 로기는 뭔가 자신이 느낀 것을 설명하고 싶은데, 묘사하는 방법을 모른다. 
선생님은 요나와 로기에게 '마법의 아이'의 뒷부분을 둘이 함께 만들어 보라고 권유한다. 
로기의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신난 로기가 요나에게 이것저것 의견을 말하기 시작한다.

로기: "나는 마법과 말이 통했으면 좋겠어."
요나: "말이 통한다니?"
로기: "서로 대화가 가능하고 친해지기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요나: "아하! 모든 사람이 마법과 대화할 수 있다는 설정!"
로기: "아니, 나만!"
요나: "읔... 파이랑 똑같아~"
로기: "파이도 마법이랑 대화를 해?"
요나: "아니. 파이는 동,식물과 대화를 해~ 혼자만."
로기: "앗! 나도 동물하고 대화하고 싶다."
요나: "그건 파이에게 허락을 받아야 해."
로기: "그럼... 그건 다음에."

뭔가 갈피를 잡자 로기와 요나는 정신없이 상상하는 것들을 나누고 적어가기 시작했다. 
그런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이 선생님 눈에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럽다. 


-그들은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있다.



Moritarin Chapter 4




♢ ♢ ♢ ♢ ♢


공부방을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 로기가 요나에게 물었다.
"요나! 대체 이트는 누구야?"
요나는 로기의 질문에 진지하게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음... 이트는 그러니까... 아주 먼 행성에서 살다 왔다고 했어. 
그리고 어떤 명령을 받아서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고..."
로기의 눈빛이 반짝였다. "히익! 외계인이야? 그치!"
"그렇지! 그런데 괴물은 아니야."
요나는 자신이 아는 선에서 최대한 답해주었지만, 로기의 끝없는 궁금증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곳으로 온 이유가 뭘까? 선생님도 이트를 보셨어?" 로기가 묻자 요나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직 못 보셨는데."
"왜?! 선생님이 보시면 이유를 자세히 알게 될 것 같은데!"
"음, 이트가 여기 온 지는 얼마 안 됐어. 두 달 좀 지났나?"

로기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매우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뭐라고? 두 달이나 되었는데 아는 게 그것뿐이야? 안 궁금해? 나는 지금 궁금한 게 너무 많아!"
요나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그러네? 아마... 노느라고 정신이 없었던 것 같아."
"언제 처음 봤는데?"

로기의 재촉에 요나는 기억의 타래를 풀기 시작했다.
"그게 그러니까... 다비 집에서 자고 가려고 밤늦게까지 놀고 있을 때였어."


요나는 이트와 처음 마주했던 그 밤의 풍경을 회상한다.



-----
두어 달 전, 다비의 집

다비가 자기 몸만 한 커다란 베개를 품에 안고 낑낑대며 계단을 올라와 제 방으로 향한다. 
닫혀 있던 문을 열자, 라디오에서는 흥겨운 광고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방 안에는 이미 요나가 사방에 책과 간식을 잔뜩 펼쳐 놓은 채, 그 한복판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다. 
수시로 책장을 넘겨 내용을 확인하고 다시 글을 써 내려가는 요나는, 얼마나 집중했는지 다비가 들어오는 줄도 모르는 모양이다.
다비는 품에 안고 온 베개를 이불 위에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그곳에는 이미 집 안의 베개를 몽땅 끌어모아 쌓아 올린 다비만의 ‘우주선’이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제 우주 용사로 변신해 상상 속 괴물과 전투를 벌일 차례다. 우주선에 올라탄 다비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다비와 요나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른 채 각자의 놀이에 몰두하면서도, 연신 간식을 입에 넣고 토끼처럼 오물거렸다. 
전투 준비를 마친 다비가 요나를 향해 강렬한 눈빛을 보낸다.
다비: "박사님, 출격 준비를 완료했습니다. 출격 명령을!"
요나: (쓰던 것을 멈추지 않은 채) "좋다, 우주 용사! 우주의 평화를 위해 출격하라!"
다비: "그럼 우주 용사 다비! 출동합니다. 부우우웅~!"

우주 용사 다비가 기세 좋게 출격하는 그때, 라디오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여가수 T.z의 신나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순식간에 흥이 오른 다비와 요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두 아이가 한바탕 신나게 몸을 흔들다 노래가 끝나자, 다비는 다시 우주선으로 빠르게 달려간다.
그때, 뒤에서 요나가 다비를 불러 세웠다.
요나: "너는 누구냐?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발을 들이느냐!"

다비는 깜짝 놀라 황급히 뒤를 돌아보며 요나를 마주했다. 그리고 지지 않겠다는 듯 비장하게 외쳤다.
다비: "나는 우주 마왕을 물리치기 위해 이곳으로 온 우주 용사 다비다!"
요나: "허억! 네놈이 그 우주 용사였단 말이냐! 
요나: "하지만 어림없지..." 
요나: "고작 너 따위가 위대하신 우주 마왕님에게 도전하다니!" 
요나: "우선은 마왕님을 뵙기 전에 나부터 꺾어야 할 것이다!"
다비: "감히 우주 용사에게 결투를 신청하다니! 대체 너는 누구냐!?"
요나: "나는 우주 마왕님을 모시는 최강의 대장군, 폴츠리스다!"

다비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다비: "폴치쓰?"
요나: "폴치쓰라니! '폴츠리스'라니까? 폴! 츠! 리! 스!"
다비: "알았어! 와라, 폴치리쓰!"
요나: (잠시 기운이 빠진 듯) "이름이 너무 어려운가? 지금이라도 바꿀까?"
다비: "아냐, 아냐~ 그냥 해! 그냥 하자."
요나: (다시 기운을 내며) "좋다! 와라, 우주 용사!"
다비는 보이지 않는 광선검으로 요나와 상상의 대결을 펼친다. 
하지만 대장군 폴츠리스의 기세에 밀린 다비는 점점 뒤로 물러났다. 
전세가 불리해지자 다비는 최후의 수단으로 베개 우주선을 로봇으로 변신시키기로 결심했다.

다비: "이 녀석, 제법 강하구나! 그렇다면 변신이다!"
요나: "아앗! 설마 전설의 로봇으로 변하려는 거냐!"
다비: "변신! 메테오 라이트!"
요나: (순간 진지함을 깨고) "응? 메테오 라이트가 무슨 뜻이야?"
다비: "나도 몰라! 암튼 변신!"

그 순간, 거짓말처럼 방 안의 불이 동시에 꺼지며 암흑이 찾아왔다. 

다비: "……엥?"
요나: "으아, 정전인가 봐……. 무서워."
다비: "정전? 갑자기 왜?"

아이들이 어둠 속에서 당황하며 서로를 찾던 그때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방 한가운데에서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의 중심에는 하얀 가운을 입고 스스로 빛을 내는 ‘이트’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
집에 향하던 발걸음을 멈추고, 커다란 버드나무 아래에 요나와 로기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요나가 로기에게 물었다. 
"어떻게 할까? 계속해? 내용이 엄청 길 건데." 로기가 잠시 생각하더니 요나를 바라보았다. 
"계속해봐. 어차피 지금 집엔 아빠도 나가시고 안 계시니까 계속해. 고고!" 
요나는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때가 처음 이트를 보게 된 날이었어."




♢ ♢ ♢ ♢ ♢

서로를 끌어안은 다비와 요나는 이트를 바라보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러나 이트는 아이들을 번갈아 바라본 뒤, 준비한 대로 차분히 말을 꺼냈다.

이트: "우주의 용사들이여! 곧 마왕군이 들이닥칠 것이다. 
      너희가 그들을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다비: "살려주세요……."
요나: "잘못했습니다……."
이트: (언성을 높였다) "살려달라니, 누구를! 그리고 넌 뭘 잘못했다는 거야!"
요나 & 다비: "끄아악~~!@"

자신도 모르게 언성을 높인 이트! 그 순간 폴룬의 조언이 떠오른다.  
('아이들에게 자상하게~ 알았지? 어린 아이들이니까 그저 친절하고 자상하게~ 응? 부탁해~')
이트: "흠흠, 미안하구나.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어. 
      하지만 마왕군과 싸우려면 훈련이 필요하다. 일어나라!"

하지만 다비와 요나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이트가 하는 말이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물론 이런저런 말로 아이들을 진정시키려는 이트의 노력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뜻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자 이트는 크게 당황했고, 
아이들을 상대해 본 적 없는 그는 잠시 고민하다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이트: "아, 그…… 용사들이여! 뒤를 한번 돌아볼까? 
        -전쟁에서 사용할 엄청난 무기를 준비해 뒀단다!"
다비: "살려줘요……."
요나: "저도요……."
이트: "하아…… 제발, 부탁이니까 뒤 한 번만 돌아 봐주라. 응?"

이트가 애원하자 그제서야 다비가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로랜드 고릴라만한 슈트형 로봇들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다비와 요나는 입을 벌린 채, 로봇의 압도적인 자태에 전율을 금치 못했다.
다비: "이…… 이…… 우와!"
요나: "우와, 진짜 로봇이야!"

이트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아이들이 정신이 팔린 사이에 그들의 혼을 쏙 빼놓아야만 했다.
이트: "용사들이여! 자, 한번 탑승해보겠니? 직접 조종해보는 거야!"
다비: "우왓!"
요나: "네! 해볼래요!"

어느새 두려움은 사라지고 오로지 호기심만이 남았다. 
마치 꿈속에서 꿈임을 깨달아도 결국 그 꿈에 빠져 헤어날 수 없는 것처럼, 
아이들은 기뻐하며 흥분하게 되었다. 
얼굴 가득 미소를 띤 채 신이 나서 어쩔 줄을 몰라 한다.
다비: "박사님, 태워주세요!"
요나: "저도요!"
이트: "옳지! 용사들이여, 로봇 앞에 서서 스스로의 이름을 외쳐보자!"

다비와 요나는 마음에 드는 로봇 앞에 섰다. 몹시 흥분한 요나가 
다비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기대감에 젖어 있던 다비 역시 
엄지를 치켜세우며 화답했다.
다비: (씨익 웃으며) "어떡한다?"
요나: "해보자!"

다비와 요나가 서로의 이름을 외쳤다. 
그러자 거대 로봇이 두 아이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려 가슴 안쪽 조종석으로 인도했다. 
잠시후 아이들의 탑승이 완료되자 문이 닫히며 잠시 어두워진다. 
곧이어 내부 조명이 밝게 빛나자 아이들은 연신 환호를 내질렀다.
다비: "대박! 진짜 로봇이야! 우와, 이게 다 뭐야!"
요나: "다비, 진짜 대박이야!  냄새도 엄청 좋아!"

이트는 훈련을 서두르기 위해 설명서를 보며 아이들에게 외쳤다.
이트: "용사들이여, 첫 훈련이다! 컨트롤러를 잡고 발판에 발을 
        -고정한 뒤에, 자 우선은 걸어보자. 그다음에는……."

하지만 흥분한 아이들에게 이트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발끈하던 이트는 다시 폴룬의 부탁을 떠올리며 간신히 화를 참았다. 
우여곡절 끝에 아이들을 달래 기초 조작법을 가르치는 데 성공했다.
이트: "자, 이제 스스로 연습해 보렴." (지친 기색이다)
요나: "네! 박사님!"
다비: "음……." (마음처럼 되지 않아 속상한 듯)

요나는 미숙하게나마 로봇을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다비는 도통 
진전이 없었다. 그 뒷모습을 보며 이트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 아이가 나에게 가장 큰 시련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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