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기내 방송이 끝나자 아리아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서늘하고 습한 공기가 얼굴을 스쳤고, 커피와 비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
그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사방에서 한국어가 들려왔다.
그가 사랑으로 배운 언어가 이제는 눈앞에서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공항의 거대한 유리창 너머로 깨끗한 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 빛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 —
금빛 머리카락, 초록빛 눈, 가지런한 수염.
28살의 남자, 낯선 나라에서 조금 다른 색을 띄는 얼굴.
그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
호텔로 가는 길, 택시 창밖으로 서울이 한 폭의 영화처럼 펼쳐졌다.
비에 젖은 도로, 네온사인, 불빛으로 가득한 거리, 그리고 잔잔한 음악.
그는 창밖의 풍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운전기사가 물었다.
“처음 오셨어요?”
아리아가 웃으며 대답했다.
“네, 처음이에요.”
운전기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그때 도심 한복판에서 커다란 전광판이 눈에 들어왔다.
그 위에는 한 여자의 얼굴이 있었다.
부드러운 미소, 깊은 눈빛.
그 아래에는 이름이 빛나고 있었다.
민서아 (Min Seo-ah).
그의 심장이 잠시 멈췄다.
그는 창문에 손을 대고 중얼거렸다.
“드디어 봤네… 비록 사진이지만.”
다음 날 아침, 그는 새 정장을 입고 회사로 향했다.
건물은 유리로 된 현대적인 타워였고, 내부는 밝고 정돈되어 있었다.
그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직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쏠렸다.
특히 여성 직원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낯선 외국인, 부드럽고 자신감 있는 미소.
초록빛 눈동자가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그는 자연스럽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아리아입니다.”
여러 명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중 한 남자, 디자이너 준희가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어서 오세요! 외국인 건축가는 처음이에요.”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에 순간 사무실이 고요해졌다.
첫 회의에서 프로젝트 매니저가
한강 근처의 문화 센터 설계안을 설명했다.
아리아는 집중해서 들었고,
자신의 차례가 되자 일어나 보드에 선을 그었다.
빠르고 정확한 손놀림.
회의실의 공기가 바뀌었다.
직원들이 그의 도면을 바라보며 놀란 눈빛을 주고받았다.
매니저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좋은 아이디어네요. 기대하겠습니다.”
회의가 끝나자 준희가 조용히 속삭였다.
“인기 많을 거예요.”
아리아는 웃으며 말했다.
“인기보단, 좋은 일을 하고 싶어요.”
그 말은 담담했지만,
그의 존재는 이미 사무실 안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었다.
그날 밤, 호텔 방으로 돌아온 아리아는
도시의 불빛이 들어오는 창가에 앉아 있었다.
텔레비전을 켜자 화면이 환해졌다.
“이번 주말, 배우 민서아 씨의 팬미팅이 열립니다!”
사회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리아는 몸을 멈췄다.
민서아 —
그가 사랑하게 된 그 이름.
화면 속 그녀는 여전히 따뜻하게 웃고 있었다.
그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이제… 정말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창문을 열었다.
시원한 밤공기가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
서울의 불빛이 별처럼 아래로 펼쳐져 있었다.
그는 속삭였다.
“안녕, 서울… 이제 시작이야.”
✨ 파트 3 끝 – 만남의 서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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