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 키안이 서울에 도착한 지 몇 주가 지났다.
그는 이제 회사에서 익숙한 얼굴이 되었다.
조용하고 예의 바르며, 무엇보다도 일에 진지했다.
회의 시간마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가 입을 열면 모두가 귀를 기울였다.
세밀한 손놀림과 다른 시각에서 나온 아이디어들.
그의 도면은 항상 누군가의 시선을 멈추게 했다.
어느 비 오는 아침, 사무실 문이 열렸다.
직원들은 동시에 자세를 바로 했다.
그녀가 들어왔다 —
강윤진 대표, 회사의 CEO.
키가 크고, 눈빛이 차가웠다.
단정한 회색 수트, 완벽하게 묶은 머리.
그녀의 존재만으로 공기가 바뀌었다.
윤진은 조용히 말했다.
“우리 회사가 서울 중심 상업 건축 공모전에 참여합니다.
제출 마감은 두 달 후입니다.”
직원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녀는 계속 말했다.
“우리는 사내 경연을 열 겁니다.
한 달 안에 각자 설계안을 제출하세요.
우승자는 승진과 1만 달러의 상금을 받습니다.
그리고 본 공모전에서 수상하면 추가로 5만 달러의 상금과 혜택을 받게 됩니다.”
사무실 안이 술렁였다.
하지만 아리아는 창밖 빗방울을 바라보며 조용히 생각했다.
‘이번엔… 꼭 내가 이긴다.
민서아를 본 다음엔, 이게 내 목표야.’
다음 날은 토요일이었다.
한국에서의 첫 주말.
그는 일찍 일어나 샤워를 하고, 단정하게 머리를 빗었다.
하얀 셔츠와 회색 재킷, 그리고 미소.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며 말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야.”
서울의 거리에는 생기가 넘쳤다.
커피 향, 음악, 사람들의 웃음.
그는 천천히 걸으며 이 도시의 공기를 느꼈다.
길거리 음식 노점 앞에서 발을 멈추고
매운 떡볶이를 처음으로 먹었다.
입안이 얼얼했지만 웃음이 났다.
그러다 문득, 보석 가게의 유리창 앞에 섰다.
금빛 목걸이와 귀걸이가 조명을 받아 반짝였다.
그는 한참을 바라보다가 속삭였다.
‘언젠가 그녀를 만나면… 이걸 선물해야지.’
지나가던 여자들이 그를 흘깃거렸다.
“외국인인데… 진짜 잘생겼다.”
그는 가볍게 웃었다.
도시의 소음이 이상하게 따뜻하게 들렸다.
잠시 후, 팬미팅 장소에 도착했다.
포스터와 현수막, 환호성, 셀 수 없는 사람들.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는 믿기지 않았다 —
이제 곧 민서아를 실제로 볼 수 있다니.
그때, 입구 쪽에서 한 여자가 들어왔다.
검은 머리, 단정한 옷, 익숙한 걸음.
아리아는 눈을 찌푸렸다.
몇 초 후, 숨을 멈췄다.
강윤진 대표였다.
그녀는 침착하게 계단을 올라가
무대 근처 VIP 자리에 앉았다.
‘여기 왜 있지…?
혹시 남자 배우 팬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가?’
아리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불이 꺼지고 행사가 시작되었다.
감독, 작가, 배우들이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사람들의 함성이 터졌다.
모두가 민서아의 등장만 기다렸다.
하지만 사회자의 말이 이어졌다.
“민서아 씨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순간, 공기가 식었다.
한숨과 실망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아리아의 가슴이 텅 비었다.
기대와 설렘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그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홀을 빠져나와 밖으로 걸었다.
비가 다시 내리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단 하루만이라도… 기회를 주지.’
그때,
누군가 뒤에서 부드럽게 그를 불렀다.
“키안 씨?”
아리아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 파트 4 끝 – 빗속에서 들려온 이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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